근저당권말소 [대법원 2001. 5. 8., 선고, 2000다50015, 판결] 【판시사항】 자금난으로 사업을 계속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채무자가 자금을 융통하여 사업을 계속 추진하는 것이 채무 변제력을 갖게 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자금을 융통하기 위하여 부득이 부동산을 특정 채권자에게 담보로 제공하고 그로부터 신규자금을 추가로 융통받은 경우 채무자의 담보권 설정행위가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채무초과상태에 있는 채무자가 그 소유의 부동산을 채권자 중의 어느 한 사람에게 채권담보로 제공하는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른 채권자들에 대한 관계에서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나, 자금난으로 사업을 계속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채무자가 자금을 융통하여 사업을 계속 추진하는 것이 채무 변제력을 갖게 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자금을 융통하기 위하여 부득이 부동산을 특정 채권자에게 담보로 제공하고 그로부터 신규자금을 추가로 융통받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자의 담보권 설정행위는 사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참조조문】 민법 제406조

【참조판례】

대법원 1986. 9. 23. 선고 86다카83 판결(공1986, 2945),


대법원 1989. 9. 12. 선고 88다카23816 판결(공1989, 1462),


대법원 1997. 9. 9. 선고 97다10864 판결(공1997하, 3051),


대법원 2000. 12. 8. 선고 99다31940 판결(공2001상, 236),


대법원 2001. 5. 8. 선고 2000다66089 판결(공2001상, 1350)


【전문】 【원고,피상고인】 한국산업은행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세영)

【피고,상고인】 해리신용협동조합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형선)

【원심판결】 광주고법 2000. 8. 23. 선고 2000나590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의 판단 가. 원심은 그 채택한 증거를 종합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하였다. (1) 소외인은 그의 처와 공유로 전북 고창군 (주소 2 생략) 지상에 지하 2층, 지상 5층의 ○○○관광호텔 건물 1동(이하 '구관'이라 한다)을 소유하면서 이를 경영하였다. (2) 소외인은 구관을 개·보수하고, 위 (주소 1, 2 생략)(이하 '이 사건 토지'라 한다) 지상에 관광호텔 1동(이하 '신관'이라 한다)을 신축하여 구관과 연결하기로 하고, 1997. 1. 10. 원고 은행 전주지점에 관광진흥개발기금 융자신청을 하여, 원고로부터 구관의 개·보수 및 신관의 신축자금을 기성고에 따라 순차적으로 금 40억 원의 범위 내에서 대출 받기로 하면서 그 담보로 먼저 이 사건 토지와 구관에 관하여 채권최고액 금 42억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신관에 관하여는 공사 기성고 부분에 대한 양도담보계약을 체결하고, 보존등기 경료 즉시 제1순위로 근저당권을 설정하기로 약정하였다. 원고는 위 약정에 따라 소외인에게 1997. 6. 5.부터 1998. 4. 17.까지 사이에 합계 금 30억 4,300만 원을 대출하였다. (3) 소외인은 위 대출자금으로 신관을 신축하는 등의 공사를 하던 중 1997년 말경부터 경제위기로 자금난을 겪기 시작하였는데, 1998. 4. 24. 이 사건 토지 및 구관에 관하여 소외 기술신용보증기금의 가압류등기가 경료되고, 소외인이 1998. 5. 15.부터 원고에 대한 약정이자의 지급을 연체하였으며, 1998. 5. 21. 주식회사 전북은행 고창지점에 황색거래처로 등록되었다. 이에 따라 원고는 소외인에게 원고의 대출규정상 위 가압류등기의 말소 및 황색거래처 등록이 해제되거나 신관 건물이 준공되어야 추가대출이 가능하다면서 대출을 중단하였고, 그 후 소외인은 수회에 걸쳐 추가대출을 간청하였으나 원고는 이를 거절하였다. (4) 소외인은 원고로부터의 추가대출이 어렵게 되자 1998. 8. 10. 피고에게 찾아가, 신관 건물이 원고에게 양도담보로 제공되어 있고 완공 후 원고에게 제1순위 근저당권을 설정하기로 약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은 채, 원고로부터 대출을 받아 신관 건축 및 구관 개·보수 공사를 시행하여 약 80%의 공정이 진행되었으나 원고로부터 추가대출을 받지 못하게 되어 공사를 진행하기 어려운 상태인데 신관 건물에 관하여 제1순위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주겠으니 공사자금으로 15억 원을 대출하여 달라고 간청하였다. (5) 한편 피고는 소외인에게 기존대출금 4억 7,500만 원의 채권이 있었는데 소외인에게 부도가 발생하면 기존대출금의 회수가 어렵게 될 것으로 판단하여 소외인의 위 대출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하여 1998. 8. 28. 피고와 소외인은 신관 건물에 관하여 기존대출금 4억 7,500만 원과 신규대출금 15억 원을 담보하기 위한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날 신관 건물에 대한 소외인 명의의 소유권보존등기와 피고 명의의 채권최고액 30억 원인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하였다. 그 후 피고는 소외인에게 1998. 8. 29.부터 같은 해 9월 9일까지 사이에 합계 금 14억 5,500만 원을 대출하였다. (6) 위 근저당권설정계약 당시 소외인의 재산은 금 47억 3,500만 원 상당인 반면 채무는 금 66억 7,800만 원 상당이어서 소외인은 채무초과 상태에 있었다.

나. 원심은 이러한 사실관계에 기초하여 소외인이 채무초과상태에서 피고와 위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것은 원고에 대한 관계에서 사해행위를 구성한다 할 것이고, 소외인이 위 근저당권설정계약으로 인하여 원고를 해하게 됨을 알고 있었으며, 피고 또한 당시 이에 대하여 알았다고 추정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근저당권설정계약은 그 채권최고액 모두 사해행위로서 취소되어야 할 것이고, 피고는 그 원상회복으로서 소외인에게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원심은 피고의 선의 항변에 대하여 피고의 선의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피고의 항변을 배척하였다.

2. 당원의 판단 가.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1) 채무초과상태에 있는 채무자가 그 소유의 부동산을 채권자 중의 어느 한 사람에게 채권담보로 제공하는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른 채권자들에 대한 관계에서 사해행위에 해당한다(대법원 1986. 9. 23. 선고 86다카83 판결, 1989. 9. 12. 선고 88다카23186 판결, 1997. 9. 9. 선고 97다10864 판결 등 참조) 고 할 것이나, 이 사건과 같이 자금난으로 사업을 계속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채무자가 자금을 융통하여 사업을 계속 추진하는 것이 채무 변제력을 갖게 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자금을 융통하기 위하여 부득이 부동산을 특정 채권자에게 담보로 제공하고 그로부터 신규자금을 추가로 융통받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자의 담보권 설정행위는 사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2) 그런데 이 사건에서 원심이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소외인이 피고로부터 신규자금을 대출 받고 피고에게 위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줄 당시 소외인은 당초 금 40억 원의 대출을 약속 받은 원고로부터 금 30억 4,300만 원의 기존 대출 외에 추가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되어 자금난으로 신관 건축 및 구관 개·보수 공사를 계속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였는데, 소외인은 이미 위 공사에 원고로부터 대출 받은 금 30억 4,300만 원의 기존대출금을 포함한 많은 자금을 투자해 놓은 상태이고 그 공사가 약 80%의 공정이 진행된 상황이었으므로 소외인으로서는 신규자금을 추가로 대출 받아 그 공사를 완공하는 것이 채무 변제력을 회복하고 사업을 계속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믿고 그 공사를 완공할 자금을 추가로 융통하기 위하여 부득이 피고에게 이 사건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준 것으로 보이고 그 후 실제로 피고로부터 금 14억 5,500만 원의 신규대출을 받았으므로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소외인의 이 사건 근저당권 설정행위는 사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3) 원심은 소외인이 피고로부터 신규대출을 받은 후 신관 건축 공사 수급인인 소외 우미건설 주식회사에게 공사대금으로 1억 원만을 지급하고 그 외에는 위 공사를 위하여 신규 대출금을 사용하였음을 전혀 엿볼 수 없으며, 신규 대출금 수령 이후 소외인의 책임재산이 달리 증가한 바도 없다고 인정한 점에 비추어 보면, 원심은 소외인이 신관 건축 및 구관 개·보수 공사를 계속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한다는 것을 빙자하여 피고로부터 신규 대출을 받은 후 그 돈을 은닉하였다고 인정하고 이를 소외인의 사해의사 인정의 중요한 근거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원심이 인정하는 바와 같이 소외인이 사업자금을 빙자하여 신관 건물을 담보로 제공하고 피고로부터 신규대출을 받아 이를 은닉하였다면 소외인의 사해의사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이지만, 기록에 의하면 소외인이 피고로부터 신규대출을 받은 후 조경 공사와 마무리 공사를 마치고 호텔 영업을 시작한 것으로 수사기관에서 진술하고 있음을 알 수 있고, 건물 완공 이후에도 호텔 영업을 개시하기 위하여서는 상당한 운영자금이 필요하다는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으므로 원심이 위 우미건설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 소외인이 신규 대출 이후 우미건설에 공사대금 중 1억 원만을 지급하였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만으로 소외인의 신규 대출 자금의 사용처에 대한 다른 심리 없이 소외인이 신규대출금 중 1억 원만을 사업자금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자금을 은닉하였다고 속단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4) 사해행위취소소송에 있어서 채무자의 악의가 인정되면 수익자의 악의는 추정되므로 수익자가 책임을 면하기 위하여서는 자신의 선의를 입증하여야 하지만, 만일 자금난으로 사업을 계속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채무자가 자금을 융통하여 사업을 계속 추진하는 것이 채무 변제력을 갖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달리 자금을 융통할 방법이 없어 부득이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고 수익자에게 자금 융통을 간청하여 수익자가 채무자에게 그 사업자금을 융통하여 주면서 담보를 취득하였다면 수익자로서는 당시 채무자가 그 자금을 은닉하고자 한다는 것을 알았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설사 사후에 채무자가 그 자금 중 일부를 은닉하였다고 하더라도 수익자로서는 사해의사가 없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과 같은 사안에서 원심이 쉽사리 피고의 선의 항변을 배척한 것도 이해할 수 없다. (5) 원심은 피고가 소외인으로부터 대출 요청을 받고 신관 건물의 가치를 감정하지 않고, 기존 대출자인 원고에게 확인해 보지도 않았으며, 피고의 대출한도를 위반한 금액을 대출한 사실을 중요한 사실로 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 위와 같은 사정이 원심의 피고 항변 배척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해행위취소소송에서는 수익자의 선의 여부만이 문제되고, 수익자의 선의에 과실이 있는지 여부는 문제되지 않는 것이므로 원심이 들고 있는 사정을 참작하더라도 이 사건에서 소외인의 사업이 진행된 경위, 소외인이 피고를 찾아가 대출을 간청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 기존 대출금액이 금 4억 7,500만 원임에 비하여 신규대출금이 금 14억 5,500만 원의 거액인 점에 비추어 보면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가 소외인의 채권자들에 대한 사해의사를 갖고 있었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소외인의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행위를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으므로 이에는 분명 사해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심리를 다하지 않은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는 정당하다.

3. 결 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강국(재판장) 조무제 이용우(주심) 강신욱